2018.12.25 13:48 전체공개

 

나는 오늘 죽은 여자의 립스틱을 발랐지 
그여자는 아마 작은 아버지의 세번째 아내였을 거야 
왜?
왜 그렇게 봐?
당신이 느끼는 그 찝찝한 기분을 설명할 수 있어?
내입술에 이 립스틱 색깔이 안어울린다는 거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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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거울 앞에서 그 작은 👄 입술을 공들여 칠하는 걸 보고 알았지.
나를 위해 화장하는 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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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나무꾼 그 생략된 이야기....1

She thought about ..|2006/02/01 (수) 03:55








전래동화 중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릴 적 누구나 읽었거나 들어봤을 이 이야기가... 나는 사실 좀 궁금하다.

그래서...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과 인터뷰를 해보기로 했다.




-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특히 내가 인상적으로 읽은 이야기의 결말은 나무꾼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뜨거운 죽을 흘리는 바람에 말에서 떨어져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는 결말이다.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보다 훨씬 더 여운이 남는다. 따라서 그 결말에 맞춰서 인터뷰하겠다.

Q: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이시죠?

A: 네.

Q: 이야기의 결말 후 지금 현재 어떤 상황이신지....?

A: 아시다시피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고, 늙으신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Q: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처음에 선녀를 만나게된 것은 사냥꾼에 쫓기던 사슴을 구해준 댓가로 선녀가 목욕하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당시 결혼적령기를 넘긴 노총각이셨지요?

A: 네. 솔직히 가난한 살림에 하루하루 나무한 것을 팔아 먹고 살다보니 혼인 때를 놓쳤습니다. 그것 때문에 어머님의 걱정이 많았습니다.

Q: 그럼 처음부터 선녀와 결혼할 목적으로 목욕하는 계곡에 가서 날개옷을 훔치신 거군요?

A: 뭐....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떠꺼머리 총각에게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다는데.... 솔깃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간 겁니다. 구경이라도 할려고..

Q: 그러다가 선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거군요? 첫눈에...

A: 네. 그렇습니다. 처음엔 보기만 해도 행복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하지만 동화책 속에서는 선녀가 여러명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벗어놓은 옷도 여러벌이었겠죠. 당신이 반했다는 선녀의 옷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그럼 선녀 중에 아무나 상관없었습니까?

A: 어떻게 사랑이 제비뽑기처럼 우연히 걸리는 거겠습니까? 사실 저는 그날 좀 일찍 도착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그 고운 모습을 보고 언감생심 욕심이 생긴 거지요.

Q: 그럼 이 이후부터 쭉 같이 살았는데.... 결혼생활은 행복하셨나요?

A: 그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겨우 사슴한마리 구해준 걸로 이렇게 큰 복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가 앞으로 받을 복을 지금 다 받았나보다, 앞으로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생각할 정도로.....

Q: 그렇게 행복하셨다면 선녀가 영원히 도망가지 못하도록 날개옷을 없애버리지 그러셨어요? 아니면, 팔아버리던가.... 명색이 선녀옷인데 꽤 비쌌을텐데요?

A: 그러고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날개옷을 없애려고 꺼낼 때마다... 그녀를 처음봤던 그날이 생각나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서....

Q: 그럼, 혼자만 영원히 간직하시지 왜 선녀에게 돌려주었습니까? 사슴이 애 3명을 낳을 때까지 절대 돌려주지 말라고 한 걸 잊어버린 겁니까?

A: 그녀가 웃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가슴아팠습니다.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눈물짓는 그녀가 안스러웠습니다. 물론 사슴의 말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인한지도 꽤 되었고, 비록 3명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있는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날개옷을 입으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저... 그녀를 처음봤던 그 날처럼 그 옷을 입고 아름답게 웃어주기만 바랬던 거였는데.....

Q: 믿고 살았던 남편이 사실은여태껏날개옷을 숨기면서 속여왔다는 걸 알면 선녀가 충격받을 거라는 건 예상치 못했나요?

A: ......... 솔직히.... 그건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게 가장 큰 실수겠지요.

Q: 동화책 속에서는 날개옷을 받은 후의 선녀의 반응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시 상황 좀 전해주시죠.

A: 그날도 그녀는 하늘을 보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슬픈 얼굴을 보니 더이상 망설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날개옷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다 얘기하고.... 근데 그녀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지더군요. 분노와 실망감.... 슬픔이 뒤엉킨 표정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녀에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내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들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대하고 있자니 정말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Q:생각보다는 조용한(?) 반응이었네요? 저라면멱살이라도 잡고 길길이 날뛰었을 것 같은데요.?

A:저도 차라리 그랬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이미 나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으니까요.

Q:그러고나서 선녀는 곧장 날개옷을 입고 아이들과 하늘로 올라갔나요? 올라가기 전에 남긴 말이라도...?

A:날개옷을부여잡고 한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더군요.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다시 우는 것 같았습니다.그 때, 나는 그녀를 위로해줄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그래서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새벽녘에 밖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보니 날개옷을 입은 그녀가 아이들을 안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한번 하지 않더군요. 뭣 모르는 아이들만이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습니다.

Q: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잖아요? 다시 한번 사슴에게 부탁해서 하늘나라에 가시지 않았습니까? 동화책 속에서는 다시 하늘로 올라갔을 때 서로 얼싸안고 눈물겨운 가족상봉을 이루던데.... 그럼 선녀가 용서한 건가요?

A: 그녀가 떠난 후, 다시 그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아이들도 너무 보고 싶고...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슴을 찾아갔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하늘나라로 올라가니 아이들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달려와 안겼습니다. 그녀도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안기면서 왈칵 눈물을 쏟더군요. 저도 그게... 그녀의 용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쉽게 용서되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Q: 자세히 좀....

A: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찾아가니까 반가웠나 봅니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듯 했습니다. 다시 가족들과 살게 되었지만, 그녀가 날 대하는 태도는 차가웠습니다.그때서야 처음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녀는 노력해보겠다고 하더군요.

Q: 그럭저럭 해피엔딩에 가까운 내용이네요.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죠?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단란한 가정이었는데.... 지상에 사시는 어머님 걱정 때문에 괴로우셨죠?

A: 네. 제가 외동아들인데, 사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간거라서...

Q: 땅위에 살았을 때의 선녀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셨겠네요?

A: 네. 그때야 안거죠.

Q: 그래서 선녀도 당신에게 기회를 주었어요. 지상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 당신도 지상에 내려갈 때는 한번 다녀오는 걸로 생각했던 거 맞죠?

A: 네. 어머님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그녀와 같이 사는 걸 선택했습니다.

Q: 혹시 어머님이 일부러 뜨거운 죽을 주신 거 아닐까요? 뜨거우니까 후후 불어 먹다보면 흘리게 될 것을 알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보내기 싫어서....

A:대답하지 않겠습니다.

Q:아, 화나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이제 다음편에서는선녀와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전하실 말씀이라도......

A:미안하고... 미안하고... 정말 미안하고.... 이 말 밖에는....

Q: 그럼 그 때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건 후회하십니까?

A: 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때 그녀와 그렇게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러면 그녀와 혼인할 수 없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똑같은 후회를 하기는 싫습니다.

Q:마지막 질문입니다. 선녀를 사랑하십니까?

A:사랑합니다. 비록 잘못된 방법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내 사랑을 의심해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Q: 알겠습니다. 선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꼭 전해..

A: 아니. 전하지 마세요. 절대로 내가 사랑한다는 말 전하지 마세요.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나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내 마음을 궁금해할 겁니다. 그러니까 전해주지 마세요. 그녀가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더 오래생각할 수 있도록..... 이게 나의 마지막 이기심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무꾼의 모습은 초췌했다. 여느 힘든 사랑을 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는 사랑하기 때문에 속였고, 사랑하기 때문에 더이상숨길 수 없었다고 했다.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까진 나무꾼은 선녀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있고 싶어서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던.... 그것이 그의 사랑이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랑은 없다. 100사람에게는 100개의 사연이 있고, 100개의 사랑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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