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4월 10일~ 2022년 04월 24일 읽음.


조선에서 13년간 억류되었던 화란인. 하멜에 대한 궁금증. 그에게 조선은 어떤 나라였을까?

편의상 현대의 한국어로 인터뷰했다.

Q: 처음 제주도에 표류했을 당시의 상황을 다시 한번 얘기해주시겠어요? 처음엔 조선이라는 나라를 알지도 못하셨었죠? 조선의 첫인상은 어땠습니까?"

A: 풍랑을 만나 표류한 사람에게 첫인상이라는 표현이 안어울리는군요. 그저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처음엔 그곳이 어디인지 몰랐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생존을 위한 것에만 온신경이 곧두서있었어요.

Q: 아, 그렇군요. 그럼 처음엔 뭘하셨나요?

A: 실종자를 파악하고 사망자를 수습했습니다. 그리고 이틀이나 굶었기 때문에 부서진 배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았습니다. 섬 주변에도 먹을 것이 있나 찾아봤지만 우리 일행 주변엔 마을도 없었고 마땅히 먹을만한 게 없었습니다. 우리는 무역을 하는 사람이지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변변한 그물도 없이 물고기를 잡을 줄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Q: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러다가 제주도민들에게 발견되었고 신고를 받은 관아의 병사들에게 붙잡히셨는데요. 그때 조선인들을 처음 보신 거죠?

A: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우리가 표류자임을 알리고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묶었고 그들의 총독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갔습니다.

Q: 낯선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셔서 많이 놀라셨겠지만 조선인들 역시 많이 놀랐을 겁니다. 더군다나 제주도는 뭍과는 또다는 곳이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폐쇄적인 섬이었다고 볼 수 있죠. 

A: 네 맞습니다. 그들은 저희를 외국인이 아니라 그러니까 같은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조선어가 조금 익숙해진 다음에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우리에 대한 괴상한 소문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입을 귀뒤로 가져가서 먹는다는 것 같은... 말도 안되는 것들이었죠.

Q: 차별을 많이 당하셨겠네요?

A: 뭐.... 차별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별이라는 건 그래도 우리가 같은 인간으로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 때 차별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아까 말한 것처럼 우린 조선인과는 다른 종족 취급을 받았습니다. 슬픈 일이죠.

Q: 그렇다면 제주살이가 많이 괴로우셨겠어요.

A: 그런데... 그게 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우리를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구경거리 삼는 시선은 많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가 집과 옷,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친절한 그들 덕분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존재 (그게 인간이든 괴물이든)에게 너그러웠습니다.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이었지만 우리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Q: 조선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일단 그들은 중국인이나 왜나라 사람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것은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습니다. 의복도 풍습도 모두 그들만의 방식이 있었어요. 그당시 조선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미지의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중국이나 왜나라와 비슷한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건 정말 조선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조선은 그들만의 말과 글을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였어요.

Q: 박연에 대해서도 좀 궁금합니다.

A: 그에 대해서는... 글쎄요. 저도 자세히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Q: 왜죠?

A: 그가 벨프레이라는 본명에서 박연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순간부터 그는 이미 조선인입니다. 제가 처음 박연을 만났을 때 저는 드디어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곧 화란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너무 오랫동안 조선에서 조선말만 사용하다보니 우리말을 거의 까먹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우리말을 다시 기억해내기는 했지만.... 더이상 우리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Q: 왜 그랬을까요? 제가 박연이라면 오랜만에 만난 화란인이 너무 반가웠을 것 같아서 뭐라도 도와주고 싶었을 것 같은데...?

A: 그는 조선을 사랑했습니다. 조선의 국왕 또한 박연을 믿고 있었고요. 더군다가 그에게는 사랑하는 조선인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 화란은 조국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박연이 화란에서는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분명 조선에서 살던 삶보다는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화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하는 거였겠죠.

Q: 조선인 가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혹시 하멜 당신은...

A: 지금 저에게 조선인 가족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거라면....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Q: 하멜 표류기에는 당시에 조선인 아내를 맞아 결혼을 했던 다른 일행들도 있었다는 게 나옵니다. 근데 하멜 당신에 대한 내용은 없더라고요. 결혼은 물론이고 다른 사생활적인 부분이 거의 없어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이제는 좀 편하게 얘기해주실 수도 있지 않나요? 가족에게 불이익이 갈 일도 없을 겁니다. 

A: ......................... 

Q: 화란으로 돌아가신 후에도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사셨다고 하던데, 혹시 조선에 두고 온 아내 때문인가요?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였다면 왜 같이 화란으로 가실 생각은 안하신 거죠?

A: 저는 비난하시는 겁니까?

Q: 그건 아닙니다. 그럼 같이 갈 생각을 해보신 적은 있었던 거죠...?

A: 조선은 폐쇄적인 나라입니다. 신분제도 있었고, 저 역시 국왕의 허락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는 부자유의 몸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몰래 도망친 거고요. 

Q: 그러니까 조선에 가족이 있긴 하셨던 거죠?

A: 그만 하죠.... 

하멜의 조선살이는 역시나 순탄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하멜표류기에는 "이교도들에게 과분한 친절을 받았다"는 구절이 여러번 나온다. 조선인들을 이교도라고 하면서도 "악(惡)"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13년이나 남의 나라에서 억류되어 결국 고국으로 돌아갔을때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는 걸 보면 꽤나 신실한 크리스천에 낙천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13년, 그것은 어쩌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걸 포기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하멜은 결국 해냈다.

하멜의 가족에 대한 인터뷰를 끝내 듣지 못했다. 그게 가장 아쉽다. 분명 개인적인 삶 속에 뭔가 있었을 것 같은데... 더군다나 하멜은 동인도회사에서 서기로 일했다. 기록을 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는데 어째서 개인적인 일은 기록에 남기지 않았을까... 

그가 화란으로 돌아간 후 하멜표류기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히트를 했다. 하멜표류기가 출판을 의도하고 쓴 것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작가적인 욕심(?)이랄까 그런 것을 조금만 가졌다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서사가 더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본인의 사생활에 대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그의 결벽(?)이 조금 아쉽다. 만약 그에게 조선인 아내가 있었다면, 그당시 연애스토리 중 가장 희소성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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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는 작가지망생이다. 각종 문예상, 극본상에 응모하고 있지만 몇년째 되는 게 없다. 

먹고 살기 위해 외설소설도 쓰고 있으나 적성에 맞지 않다. 늘 생활고에 시달리던 상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어느 출판사에서 하는 공모전에 응모한다.

정수는 출판사 막내직원이다. 원래는 편집디자이너인데 영세한 출판사이다 보니 이거저거 다한다. 정수는 혼자 하는 일도 많은데 자꾸 또 일을 벌이는 편집장이 맘에 안든다. 이번에도 편집장이 소설공모전을 기획하고 정수에게 모든 걸 다 맡겼다.

정수는 공모전 발표 하루 전에야 부랴부랴 원고들을 읽어본다. 대충 몇 편만 읽어본 후 대충 수상자를 발표한다. 어차피 상금도 많지 않고, 작은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이라서 굳이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상호는 이번 공모전에도 떨어지자 크게 낙담한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죽기로 한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출판사에 찾아가서 왜 떨어졌는지 듣고 싶었다.

출판사에 찾아간 상호는 우연히 출판사에서 나오는 쓰레기통을 보게 되는데 거기엔 자신이 제출한 원고봉투가 뜯지 않은채 그대로 나와있었다. 상호는 크게 분노하고 자신의 원고를 들고 돌아왔다.

늦은밤, 상호는 출판사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것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혼자 남은 정수가 전화를 받았다.

상호는 왜 자신의 작품이 떨어졌는지, 정말 다 읽어봤는지 물었고 정수는 귀찮은 듯 모든 작품은 다 읽어봤고, 심사기준은 내부규정이라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날밤, 상호는 퇴근하는 정수를 기다렸다가 납치한다. 자신의 집에 데려와 꽁꽁 묶어놓은 뒤 개봉되지 않은 원고를 꺼내서 보여준다.

"이게 나에게 마지막 희망이었어!"

상호는 정수가 보는 앞에서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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