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는 작가지망생이다. 각종 문예상, 극본상에 응모하고 있지만 몇년째 되는 게 없다. 

먹고 살기 위해 외설소설도 쓰고 있으나 적성에 맞지 않다. 늘 생활고에 시달리던 상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어느 출판사에서 하는 공모전에 응모한다.

정수는 출판사 막내직원이다. 원래는 편집디자이너인데 영세한 출판사이다 보니 이거저거 다한다. 정수는 혼자 하는 일도 많은데 자꾸 또 일을 벌이는 편집장이 맘에 안든다. 이번에도 편집장이 소설공모전을 기획하고 정수에게 모든 걸 다 맡겼다.

정수는 공모전 발표 하루 전에야 부랴부랴 원고들을 읽어본다. 대충 몇 편만 읽어본 후 대충 수상자를 발표한다. 어차피 상금도 많지 않고, 작은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이라서 굳이 공정하게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상호는 이번 공모전에도 떨어지자 크게 낙담한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죽기로 한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출판사에 찾아가서 왜 떨어졌는지 듣고 싶었다.

출판사에 찾아간 상호는 우연히 출판사에서 나오는 쓰레기통을 보게 되는데 거기엔 자신이 제출한 원고봉투가 뜯지 않은채 그대로 나와있었다. 상호는 크게 분노하고 자신의 원고를 들고 돌아왔다.

늦은밤, 상호는 출판사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것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혼자 남은 정수가 전화를 받았다.

상호는 왜 자신의 작품이 떨어졌는지, 정말 다 읽어봤는지 물었고 정수는 귀찮은 듯 모든 작품은 다 읽어봤고, 심사기준은 내부규정이라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날밤, 상호는 퇴근하는 정수를 기다렸다가 납치한다. 자신의 집에 데려와 꽁꽁 묶어놓은 뒤 개봉되지 않은 원고를 꺼내서 보여준다.

"이게 나에게 마지막 희망이었어!"

상호는 정수가 보는 앞에서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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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본인의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원만한 성격인가요?"

이미 답이 정해진듯한 질문이었다.

"네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여기까지만 말했다면... 정말 무난한 면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거기서 멈추지 못했다. 

"누가 먼저 절 건드리지만 않으면 저도 안 건드려요."

면접 서류에 뭔가를 적던 면접관이 필기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네?"

"먼저 저를 물지만 않으면 저도 안문다고요. 그리고 힘없는 애송이들도 물지 않아요. 전... 미친개는 아니지만 미친개한테 물리면 같이 미친개가 될 순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면접관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볼펜을 내려놨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나는 합격이나 불합격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나왔다는 것이 속시원했다. 

'아 몰라 두번 다신 안 참아.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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