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그 생략된 이야기....1

She thought about ..|2006/02/01 (수) 03:55








전래동화 중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릴 적 누구나 읽었거나 들어봤을 이 이야기가... 나는 사실 좀 궁금하다.

그래서...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과 인터뷰를 해보기로 했다.




-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특히 내가 인상적으로 읽은 이야기의 결말은 나무꾼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뜨거운 죽을 흘리는 바람에 말에서 떨어져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는 결말이다.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보다 훨씬 더 여운이 남는다. 따라서 그 결말에 맞춰서 인터뷰하겠다.

Q: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이시죠?

A: 네.

Q: 이야기의 결말 후 지금 현재 어떤 상황이신지....?

A: 아시다시피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고, 늙으신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Q: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처음에 선녀를 만나게된 것은 사냥꾼에 쫓기던 사슴을 구해준 댓가로 선녀가 목욕하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당시 결혼적령기를 넘긴 노총각이셨지요?

A: 네. 솔직히 가난한 살림에 하루하루 나무한 것을 팔아 먹고 살다보니 혼인 때를 놓쳤습니다. 그것 때문에 어머님의 걱정이 많았습니다.

Q: 그럼 처음부터 선녀와 결혼할 목적으로 목욕하는 계곡에 가서 날개옷을 훔치신 거군요?

A: 뭐....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떠꺼머리 총각에게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다는데.... 솔깃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간 겁니다. 구경이라도 할려고..

Q: 그러다가 선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거군요? 첫눈에...

A: 네. 그렇습니다. 처음엔 보기만 해도 행복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하지만 동화책 속에서는 선녀가 여러명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벗어놓은 옷도 여러벌이었겠죠. 당신이 반했다는 선녀의 옷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그럼 선녀 중에 아무나 상관없었습니까?

A: 어떻게 사랑이 제비뽑기처럼 우연히 걸리는 거겠습니까? 사실 저는 그날 좀 일찍 도착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그 고운 모습을 보고 언감생심 욕심이 생긴 거지요.

Q: 그럼 이 이후부터 쭉 같이 살았는데.... 결혼생활은 행복하셨나요?

A: 그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겨우 사슴한마리 구해준 걸로 이렇게 큰 복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가 앞으로 받을 복을 지금 다 받았나보다, 앞으로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생각할 정도로.....

Q: 그렇게 행복하셨다면 선녀가 영원히 도망가지 못하도록 날개옷을 없애버리지 그러셨어요? 아니면, 팔아버리던가.... 명색이 선녀옷인데 꽤 비쌌을텐데요?

A: 그러고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날개옷을 없애려고 꺼낼 때마다... 그녀를 처음봤던 그날이 생각나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서....

Q: 그럼, 혼자만 영원히 간직하시지 왜 선녀에게 돌려주었습니까? 사슴이 애 3명을 낳을 때까지 절대 돌려주지 말라고 한 걸 잊어버린 겁니까?

A: 그녀가 웃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가슴아팠습니다.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눈물짓는 그녀가 안스러웠습니다. 물론 사슴의 말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인한지도 꽤 되었고, 비록 3명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있는데... 그리고 결정적으로.... 날개옷을 입으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저... 그녀를 처음봤던 그 날처럼 그 옷을 입고 아름답게 웃어주기만 바랬던 거였는데.....

Q: 믿고 살았던 남편이 사실은여태껏날개옷을 숨기면서 속여왔다는 걸 알면 선녀가 충격받을 거라는 건 예상치 못했나요?

A: ......... 솔직히.... 그건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게 가장 큰 실수겠지요.

Q: 동화책 속에서는 날개옷을 받은 후의 선녀의 반응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당시 상황 좀 전해주시죠.

A: 그날도 그녀는 하늘을 보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슬픈 얼굴을 보니 더이상 망설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날개옷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다 얘기하고.... 근데 그녀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지더군요. 분노와 실망감.... 슬픔이 뒤엉킨 표정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녀에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내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들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대하고 있자니 정말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Q:생각보다는 조용한(?) 반응이었네요? 저라면멱살이라도 잡고 길길이 날뛰었을 것 같은데요.?

A:저도 차라리 그랬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이미 나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으니까요.

Q:그러고나서 선녀는 곧장 날개옷을 입고 아이들과 하늘로 올라갔나요? 올라가기 전에 남긴 말이라도...?

A:날개옷을부여잡고 한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더군요.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다시 우는 것 같았습니다.그 때, 나는 그녀를 위로해줄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그래서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새벽녘에 밖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보니 날개옷을 입은 그녀가 아이들을 안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한번 하지 않더군요. 뭣 모르는 아이들만이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습니다.

Q: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잖아요? 다시 한번 사슴에게 부탁해서 하늘나라에 가시지 않았습니까? 동화책 속에서는 다시 하늘로 올라갔을 때 서로 얼싸안고 눈물겨운 가족상봉을 이루던데.... 그럼 선녀가 용서한 건가요?

A: 그녀가 떠난 후, 다시 그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아이들도 너무 보고 싶고...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슴을 찾아갔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하늘나라로 올라가니 아이들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달려와 안겼습니다. 그녀도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안기면서 왈칵 눈물을 쏟더군요. 저도 그게... 그녀의 용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쉽게 용서되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Q: 자세히 좀....

A: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찾아가니까 반가웠나 봅니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 듯 했습니다. 다시 가족들과 살게 되었지만, 그녀가 날 대하는 태도는 차가웠습니다.그때서야 처음으로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녀는 노력해보겠다고 하더군요.

Q: 그럭저럭 해피엔딩에 가까운 내용이네요.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죠?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단란한 가정이었는데.... 지상에 사시는 어머님 걱정 때문에 괴로우셨죠?

A: 네. 제가 외동아들인데, 사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간거라서...

Q: 땅위에 살았을 때의 선녀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셨겠네요?

A: 네. 그때야 안거죠.

Q: 그래서 선녀도 당신에게 기회를 주었어요. 지상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 당신도 지상에 내려갈 때는 한번 다녀오는 걸로 생각했던 거 맞죠?

A: 네. 어머님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그녀와 같이 사는 걸 선택했습니다.

Q: 혹시 어머님이 일부러 뜨거운 죽을 주신 거 아닐까요? 뜨거우니까 후후 불어 먹다보면 흘리게 될 것을 알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보내기 싫어서....

A:대답하지 않겠습니다.

Q:아, 화나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이제 다음편에서는선녀와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전하실 말씀이라도......

A:미안하고... 미안하고... 정말 미안하고.... 이 말 밖에는....

Q: 그럼 그 때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건 후회하십니까?

A: 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때 그녀와 그렇게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러면 그녀와 혼인할 수 없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똑같은 후회를 하기는 싫습니다.

Q:마지막 질문입니다. 선녀를 사랑하십니까?

A:사랑합니다. 비록 잘못된 방법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내 사랑을 의심해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Q: 알겠습니다. 선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꼭 전해..

A: 아니. 전하지 마세요. 절대로 내가 사랑한다는 말 전하지 마세요.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나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내 마음을 궁금해할 겁니다. 그러니까 전해주지 마세요. 그녀가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더 오래생각할 수 있도록..... 이게 나의 마지막 이기심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무꾼의 모습은 초췌했다. 여느 힘든 사랑을 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는 사랑하기 때문에 속였고, 사랑하기 때문에 더이상숨길 수 없었다고 했다.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까진 나무꾼은 선녀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있고 싶어서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던.... 그것이 그의 사랑이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랑은 없다. 100사람에게는 100개의 사연이 있고, 100개의 사랑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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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한미의 일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직업은 파티플래너이다.

그것도 아주 잘나가는....

실력 면에서도 인정받았고, 프로페셔널하기 때문에 연예인은 물론이고 대기업 임원진 및 재벌2세들이 그의 단골 고객이다.

무엇보다 입이 무거워서 사생활 보호가 생명인 VIP들은 그들의 파티를 위해, 그를 믿고 찾았다.

 

그날도 재벌2세들끼리만의 성년의 날 파티가 있었다.

미성년자였을 때도 잘난 부모 덕에 다 누리고 살던 애들이 이제 미성년자라는 굴레마저 벗어던지니 파티는 점점 더 광란의 분위기로 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파티를 기획했던 한미는 분주했다. 파티의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한미는 완벽주의자였다.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수시로 파티장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러다가 문득 시계를 봤다.

-어머.. 벌써 시간이....

새벽 2시가 넘었다. 한미는 직원들에게 파티 마무리를 부탁하고 서둘러 파티장을 빠져나오려는데 누군가 한미의 팔을 잡는다.

돌아보니 00그룹의 둘째아드님이자 이 파티의 후원자다. 아, 이 양반 동생도 올해 성년이 되나 보군.

- 가시는 거에요?

- 네... 오늘 파티 즐거우셨어요?

- 당연하죠... 한미씨가 기획한 거잖아요.

남자는 술에 취했는지 헤프게 웃으면서 약간 비틀거린다. 한미는 그런 남자의 살짝 팔을 잡아주곤 곧바로 팔을 거두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직원을 부르면서 손짓했다. 그걸 보고 직원이 달려왔다.

- 여기 이 분 차까지 좀 부축해 드려. 00그룹 회장님 댁 차 알지?

- 네 알겠습니다. 

남자를 직원에게 넘기려는데 남자가 갑자기 한미의 팔을 잡는다.

- 그냥 가려고요? 우리의 파티는 아직 시작도 안한 것 같은데.......

남자의 느끼한 말과 눈빛에 한미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비즈니스 마인드로 상냥하게 웃으면서 남자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 디스거스팅....

그런 말을 듣자 황당한 듯 얼굴이 벌게진 채 그 자라에 아무 없이 서있었다. 한미는 게의치 않는 듯 서둘러 파티장 출구로 뛰어나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신한은 무명의 연극배우이다. 그리고 연출가이다.

사실 신한이 소속된 극단은 워낙 영세하기 때문에 신한은 연출도 했다가 극본도 썼다가 무대 위에서 연극도 했다가 여러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러나 하는 일이 많은 것에 비해 수입은 형편없었다. 한번도 집세를 제 날짜에 내본 적이 없어서 집주인 아줌마한테 눈치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오늘 오후에도 집주인 아주머니가 찾아와 이번달 월세는 언제 줄 거냐고 따지러 다녀갔었다.

-아유~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우리 한두해 얼굴 본 사이도 아닌데~

신한은 곰살맞은 표정과 말투로 아주머니께 애교를 부린다. 매달 월세를 내야하는 날이면 신한이 써먹는 수법이었다. 다 큰 총각이 저렇게 칭얼대는 게 이상하게 싫지않아 집주인 아주머니도 그리 오래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신한은 이번달에 내야할 전기세, 수도세 각종 세금 통지서를 보면서 계산기를 막 두드려보고 있다. 그러다가 결국 한숨을 푹 쉰다. 그 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신한은 서둘러 통지서를 전자렌지 안에 숨긴다.

- 오빠, 나 왔어요.

- 야, 넌 왜 남의 집 오면서 맨날 그렇게 떳떳하게 열쇠로 따고 들어오냐? 저번에 열쇠 내놓고 가랬더니 가지고 있었어?

신한의 퉁명스런 말과는 상관없이 한미가 환하게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들어올린다.

- 오빠, 치킨 사왔는데... 먹을 거죠?

- 어? 치킨...? 아... 나 이번에 배역 들어가는 거... 있어서 살찌면 안되는데..."

- 그래서 안 먹는다고요? 정말?

한미는 익숙하게 식탁 위에 벌써 치킨과 콜라를 펼쳐놓고 있다.

거실에서 그걸 지켜보던 신한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 나 손씻고 올동안 다리 2개 다 먹지 마

그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한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면 다시 치킨을 펼쳐놨다.

- '오다보니 좀 식었나...? 살짝 렌지에 데울까..?'

한미는 전자렌지 문을 열고 신한의 각종 고지서들을 발견했다. 몇 개는 이미 날짜가 지나 가산세도 붙어 있었다. 한미는 말없이 그것들을 자기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일정스케줄에서 신한의 월세내는 날이 지났음을 확인했다.

그때 욕실에서 신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야, 어디서 사왔어? 길 건너 치킨집은 기름이 너무 많은데...

- 거기서 안 사왔어요. 오빠가 전에 맛있다고 한 그집에서 사온 거에요.

신한이 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나왔다. 이미 시선은 치킨에 꽂혀있다.

- 정말? 우와...

반가운 표정으로 치킨 다리를 딱 잡으려는데 한미가 신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을 맞췄다.

- 오빠.... 내가 반가워요? 치킨이 반가워요?

- 야~ 이 와중에 치킨한테 질투하냐?

다시 치킨을 집어들려는 신한을 손에 더 힘을 주는 한미였다. 그리고 더 깊어진 눈으로 신한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 신한은 잠시 압도되어

- 아유~ 아무려면 닭보다야 사람이 반갑지~ 그럼~

그러자 한미의 손에서 신한의 손이 풀려난다. 서둘러 치킨을 잡고 맛있게 먹는 신한을 보니 이상하게 한미가 배가 부르다.

- '역시....우리 오빠....'

순식간에 닭다리 하나를 입으로 가져간 신한이 그제서야 한미에게 묻는다

- 야, 넌 밥 먹었냐? 치킨 안 먹어?"

- 네.... 먹었어요. 오빠 천천히 먹어요

한미가 콜라를 따라준다.

- 하긴 너는 파티장에서 일하니까 먹을 건 많았겠다 야....

신한은 음식에 집중했다. 신한이 음식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 순간이 신한이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 아는 한미였다.

- 오빠, 난 누구죠?

- 응? 그게 무슨... 갑자기 뭔소리야?

입 속에 닭고기가 가득한 신한이 되물었다.

- 난 누구냐고요.... 오빠한테...

뭘 맛있게 먹고 있을 때는 맘에 있는 거 거르지 않고 바로 내뱉는 신한이었다.

- 이한미. 우리나라 제일의 파티플래너....

그러자 한미는 대답이 실망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 아니, 다시요...

그 말에 신한은 잠깐 한미의 눈치를 보더니

- 이름: 이한미, 84년생, 혈액형: AB형, 사수자리, 직업은 파티플래너, 돈 잘벌고 이쁘고 인기도 많아서 같이 다니면 자랑스런 여친이지.

- 그리고 또요?

- 음..... 그리고.... 같이 있을 땐..... 귀엽지....

그 말에 한미는 정답이라도 들은 듯 환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감.히. 한미에게 귀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신한이 유일했다. 또한 신한의 말대로 오직 신한 앞에서만 귀여운 한미였다. 아마 한미와 같이 일하는 사람 누구도 '귀여운' 한미를 본 적은 결단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금 한미더러 귀엽다고 했는데 한미는 오히려 신한이 귀엽다는 듯 신한의 뺨을 한번 쓸어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한은 계속 치킨에만 집중했다.

어느 정도 닭이 뼈만 남아가고 있을 때 신한이 먹는 모습만 어미새의 표정으로 흐뭇하게 보던 한미가 신한에게 물었다.

- 다음 연극은 언제부터에요?

- 음.... 얼마 안 남았어. 다다음 주야.

- 이번엔 배우들 다 구했어요? 저번에도 배우 다 못구해서 오빠가 1인 5역 하고 그랬잖아요.

- 오디션 보고 있어. 이번엔 신인배우들 중에 괜찮은 애들이 좀 올 것 같아. 내일 다시 미팅하기로 했어.

- 이번 연극 제목은 뭐에요?

- 아동극이야. <선녀와 나무꾼>

- 아... 전래동화요? 그럼 오빠는 거기서 뭐해요? 나무꾼?

- 아니... 사슴...

- 사슴이요? 거기 사슴도 나와요? 아, 맞다.. 나무꾼이 사슴을 구해줬다가 선녀가 목욕하는 것으로 데려다줬죠?

- 응....

신한은 거의 마지막 남은 치킨을 잡고 콜라로 입가심을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트름 한번을 길게 했다.

- 사슴인데 왜 살찌면 안된다고 했어요? 포동포동한 사슴 귀여울 것 같은데...

한미가 벌써 사슴 옷을 입은 신한을 상상해버리고는 박수를 치며 웃는다.

- 야, 우리 연극에 나오는 사슴은 잡아먹는 사슴 아니거든? 선녀와 나무꾼을 이어주는 큐피드 같은 역할이야!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데~! 꽃사슴처럼 보여야 하니까 비주얼도 신경써야 하는데... 니가 치킨 사와서 망했어~!

이미 다 먹어놓고 신한은 또 칭얼칭얼한다.

- 아~ 꽃사슴....

이런... 한미가 또 상상해버리고 식탁에 머리를 박은 채 꺼이꺼이 웃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한은 자신의 연극 얘기를 계속 이어나간다.

- 이번에 약간 각색도 할거야. 그건 내가 하기로 했다. 동화에서는 나무꾼의 시점이잖아. 근데 우리 연극은 선녀의 시점으로 갈거야. 사실 선녀는 하루아침에 날개옷 뺏기고 나무꾼한테 강제로 시집간 거 아냐. 알고 보면, <선녀와 나무꾼>은 범죄동화다. 애들한테 아주 해로워...

신한의 독특한 해석에 한미가 정신 못차리고 웃는다.

 

닭한마리를 다 해치운 신한은 물티슈로 손을 대강 닦고 소파에 앉았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신한이 각색 중인 <선녀와 나무꾼> 대본이 널브러져 있다. 신한이 원고를 다시 추스른다. 한미가 그 옆에 바짝 다가가 앉았다.

- 오빠, 근데요... 전 예전부터 그게 궁금하던데.....나무꾼은 왜 선녀의 날개옷을 태워버리지 않았을까?

- 그거야... 사랑하니까 그랬겠지. 선녀가 하늘나라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줄 뻔히 아는데 그 희망을 완전히 없애버리긴... 그렇잖아....

- 그럼 선녀는 나무꾼을 안 사랑한거에요....?

- 글쎄... 뭐... 근데 사실 거의 납치나 다름없었으니까.... 살다가 정은 들었을지 몰라도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러자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미의 눈빛이 약간 슬퍼졌다고 신한은 느꼈다.

- 내가 만약 나무꾼이라면 난 날개옷을 손에 넣자마자 불태워 없애버렸을 거에요.

- 그래... 너라면 진짜 그럴 것 같다. 하하하하

신한은 평소 시샘 많고 질투심 많은 한미니까 그럴 거라고 한미의 앞머리를 흐트러트리면서 말했다.

그러나 한미의 표정은 더욱 진지해졌다. 오히려 신한의 웃음에 신경이 거슬렸다는 듯 전에 없이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 아니, 그건 정답이 아닌데?

- 아니... 그러니까 나는.... 아유~ 내가 선녀면 처음부터 너한테 날개옷을 맡기지~ 하하하

그제서야 한미가 표정을 풀고 신한의 어깨에 기대었다.

- 만약 오빠가 선녀라면, 나무꾼을 용서할 수 있어요?

- 응?

- 날개옷을 숨기고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린 나무꾼을 용서할 수 있어요?

- 글쎄... 화가 많이 나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면 용서하지 않을까?

- 사랑하면...이라... 그럼, 사랑하지 않으면 용서도 없는 거네? ...... 나무꾼은 절대로 선녀한테 들키면 안되겠네... 

신한은 순간적으로 한미의 말에 서늘함을 느꼈다. 한미는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이어서 말했다. 

- 오빠, 만약에요... 내 사람이 나를 떠난다고 하면... 나는 그 사람이 가진 것들을 하나씩 부.숴.버.릴.거.에.요

그 '부숴버리겠다'는 말이 마치 어제 장난으로 만든 모래성을 허물듯이, 레고로 만든 집을 부수듯이 너무도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

신한은 문득 그렇게 말하는 한미의 표정이 궁금해져서 자신의 어깨에 기댄 한미에게 고개를 돌려 슬쩍 얼굴을 보았다. 한미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꿈을 꾸는 듯... 마치 잠꼬대를 하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 그러면 결국 그 사람은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게 될 거에요. 그 대신 나를 가지면 되죠. 돈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나를 통해서만 가질 수 있어요.

- 우와.... 무섭다. 너... 하하하.... 이거 어디 무서워서 잠시 한눈도 못팔겠네...

신한은 애써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해봤지만, 신한의 말줄임표로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빠르게 채워졌다.

정말 맘만 먹으면 그럴 수 있을 거란 확신과 함께...

그제서야... 생전 처음으로 신한은 한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의문이 생겼다.

- '대체 얘처럼 잘난 애가 왜 나를 만날가? 나의 어디가 좋다는 걸까?

문득 신한은 언젠가는 찾아올 두 사람의 마지막이 비극이면 어쩌나 슬픈 생각이... 아니 무서운 예감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신한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것은 평소엔 반짝반짝 빛나는 연인이 아니라 납덩이처럼 무거운 공포였다.....

그리고 또.....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문 하나가 신한을 사로잡았다.

'선녀도 과연.... 나무꾼을 사랑했을까....?'

 

문: 안녕하십니까? 일단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 오랜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빨리 진행해 주세요.

문: 아.. 네 알겠습니다. 바쁘신 가 보군요. 그럼 요즘 근황부터...?

답: 바쁜 것이 아니라 그이를 기억하고 또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 저에겐 부담입니다. 한때나마 사랑했던 사람이고 아이들의 아빠입니다. 비록 이렇게 결말지어졌다고 해서 지난 날은 모두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문: 이렇게 결말지어졌다는 것은 완전히 헤어졌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까?

답: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친정인 하늘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저는 선녀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인간세상에서 살게 된 후로 연로하신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기 때문에 지금은 제가 간호해드리고 있습니다.

문: 그렇군요. 동화에 선녀님의 친정에 관한 건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미처 부모님이 계실 거라는 걸 생각지 못했습니다.

답: 사람들은 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죠.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문: 그런 것 같군요. 그럼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건 선녀님의 마음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두분은 결혼을 하셨고 아이도 낳았으며 비교적 무난하게 가정생활을 하신 것처럼 보였는데요?

답: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외부자의 시선과 내부자의 시선은 다른 겁니다.

문: 불행하셨단 뜻인가요?

답: 아닙니다. 제 말은... 그러니까... 솔직히 지난 세월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군요. 처음에 날개옷을 잃어버리고 아는 사람이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나무꾼님이 나타나 잘 곳을 마련해주고, 옷도 주고.... 정말 은인이 따로 없었죠. 그래서 저도 보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어머님을 도와 집안일을 거들었습니다.

문: 그런 고마운 마음이 사랑이 된 건가요?

답: ......... 그 땐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 지금은요?

답: 모르겠습니다. 하긴... 그 때의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나무꾼님이 싫었는데 억지로 결혼한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나무꾼님의 마음만은 진심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문: 어쨌거나 그 때는 사랑이라고 믿었다면 끝까지 사랑으로 원만한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하지만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싶어하셨죠?

답: 네... 그이는 자상한 사람이었고 어머님도 좋으신 분이었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자꾸 외로웠습니다. 인생에서 사랑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부모님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고....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인간세상에 정붙이고 잘 살아보자고 다잡아보았지만 힘들었습니다.

문: 결국 선녀님의 한숨과 눈물을 본 나무꾼님은 숨겨두었던 날개옷을 꺼내셨는데요. 그 때까지는 정말 꿈에도 생각못하셨나 보죠?

답: 네. 나무꾼님이 날개옷을 꺼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너무 놀라서 기쁨을 느낄 새도 없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이제껏 저를 속여왔다는 걸 알게 된 순간저는 분노에 사로잡혔어요. 나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심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나 싶어서 엉엉 울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나무꾼님도 저를 붙잡고 울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그 때는 나무꾼님이 보이지 않을만큼 화가 나 있었습니다.

문: 그럼 복수하고 싶으셨겠네요? 그래서 떠난 건가요?

답: 아닙니다. 결과적으로는 나무꾼님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는지 몰라도, 복수를 위한 이별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떠난 겁니다. 그전까지는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지만 이젠 미워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문: 지금도 미워하십니까?

답: 밉습니다.굉장히 미운데... 미워할수록 제 맘이 더 아픕니다.

문: 그렇다면 용서하시면 되잖아요?

답: 용서라.... 글쎄요... 처음엔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용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언젠가는 그이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부 용서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문:선녀님이 떠나신 후 나무꾼님이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찾아가신 적이 있잖아요? 그 때는 어땠습니까?

답: 네. 그 때 뭣 모르는 아이들은 동화가 해피엔딩이 될 것 같다고 좋아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험이 짧은 아이들의 생각이지요. 마지막장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책을 읽은 것이 아니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지 못한 사람은 그 영화를 본게 아니잖아요.

문: 나무꾼님을 사랑하셨다면서요? 선녀님이 좀 참으시면 아이들이 원하던 해피엔딩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답: 과연 누구한테 해피엔딩이라는 거죠? 저도 엄연히 동화의 주인공인데 제가 희생해야 한다면 그게 과연 해피엔딩인가요? 저한테 미안하다고 쩔쩔매는 나무꾼님을 보면서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래도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마지막엔 날개옷을 돌려줬겠지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끝엔 비겁하고 이기적인 남편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사랑은 나무꾼님과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가까이 있으면 서로 할퀴고 뜯으며 상처를 주게 될 테니까요.

문: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셨는데, 사실 양육권 문제는 나무꾼님과 상의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답: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아버지 보다는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할 때입니다. 그 때는 독단적으로 결정한 일이었지만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옥황상제님께 상의해서 아버지를 만나게 해줄 생각입니다.

문: 선녀님은 다시 나무꾼님을 만날 생각이 없는 겁니까?

답: 아까 말씀드렸듯 시간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일은 함부로 장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선녀인 제가 인간세상의 나무꾼과 결혼하게 될 줄 몰랐듯, 지금의 저 역시 어떻게 살지 알 수 없겠지요.

문: 마지막 질문입니다. 만약 처음 만났던 날 나무꾼님이 날개옷을 훔치지 않고 그냥 선녀님에게 고백을 했다면 선녀님은 나무꾼과 결혼하셨을까요?

답: 글쎄요...저 역시 그런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닙니다만 그런다고 그 때로 돌아갈 수도 없잖습니까.... 어쨌거나 지금과는 많이 다른 결과일테고 꼭 지금보다 나았을거란 확신도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그 때 만약 그랬다면"이란 전제는 부질없는 것입니다.

문: 저... 사실... 이건 말씀드리지 말라고 하셨지만.... 사실 선녀님과 인터뷰하기 전에 나무꾼님을 만났습니다. 선녀님과 인터뷰할 거라고 혹시 전할 말 없느냐고 했더니....

답: 아뇨. 말하지 마세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이의 안부가 궁금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아직 그이를 다 용서한 게 아니에요. 그이를 용서하는데 어쩌면 평생이 걸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게 천천히라도 그사람을 용서하고 있으니까.... 우리 사이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겠죠?

문: 듣고 보니, 우리가 읽은 동화는 아직 엔딩이 쓰여지지 않은 미완성이었군요. 오늘 어려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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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후, 그녀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나에게 뭔가 말하려는 것 같았다.

아니면 반대로 나에게 뭔가를 듣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먼저 말해주거나 물어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사람들은 일부로 자기 스스로를 학대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하겠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그런 미련한 짓을 하곤 한다.

무언가를 잊기 위해 다른 것을 미친듯이 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나를 아프게 하기도 하고

다음날 속쓰릴 걸 알면서술을 마시고,담배갑의 경고문을 읽으면서 담배를 피우고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며 처달리기도 하고, 몇날 몇일 아무것도 안먹기도 하고...

사랑을 할 때도 그렇다.

서로에게 벌을 주기 위해 안만나고, 미워하고, 모진 말을 내뱉고...

그러면 결국 자기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선녀와 나무꾼도 관계의 믿음이 깨진 것에 대한 벌을 서로에게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또한 감당하고 있었다.

처음에 "선녀는 왜 나무꾼을 용서하지 못했을까? 그냥 참고 살지" 했었던 마음은 많이 누그러졌다.

사랑의 전제조건이 희생이라면 과연 누가 희생되어야 할까...?

만약 그 희생이 선녀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혹은 강요된 것이어도 아름답고 숭고하다 할 수 있을까?

역시... 쉬운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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