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위불가 2021. 5. 27. 21:55

"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본인의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원만한 성격인가요?"

이미 답이 정해진듯한 질문이었다.

"네 무난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여기까지만 말했다면... 정말 무난한 면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거기서 멈추지 못했다. 

"누가 먼저 절 건드리지만 않으면 저도 안 건드려요."

면접 서류에 뭔가를 적던 면접관이 필기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네?"

"먼저 저를 물지만 않으면 저도 안문다고요. 그리고 힘없는 애송이들도 물지 않아요. 전... 미친개는 아니지만 미친개한테 물리면 같이 미친개가 될 순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면접관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볼펜을 내려놨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나는 합격이나 불합격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나왔다는 것이 속시원했다. 

'아 몰라 두번 다신 안 참아.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라고'